며칠이 지났다. 수요일, 병원에서 나오며 서준은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여느 때처럼, 우성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아마도 지금쯤이라면, 대답을 해줄 수 있을 법한 시간이다. 늘 그렇게 연락을 하곤 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너한테 나는 대체 뭐야. 전화 한 통화에 돌아선 자신을 붙들던 우성의 성난 목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나 출장 가. 며칠 뒤 병간호에 대한 감사 인사라도 하려고 전화를 걸자 시무룩한 말이 들려왔다. “갑자기? 어디로?” -부산. 목요일에 갔다가 금요일 밤에 돌아오는 거. 무척이나 가기 싫었는지 일에 대한 불평은 잘 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것저것 주절주절 일러바친다. 원래 자기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부장이 억지로 데려간다든가, 부산지사에서도 뭘 그렇게 많이...
동아리 동기들과는 분기에 한 번 만날까 말까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사이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그러다 졸업하고 취업하며 나이가 조금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으로 적당히 치환될 즈음에서야 정기적인 모임이 생겼다. ‘그나마도 괜찮은 직장을 잡은 사람들만 모이긴 하지만.’ 우성은 이런 모임을 그다지 싫어하진 않는다. 다만, 늘 이런 모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바다 보러 가자. 한창 급하게 서류를 정리하다가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가 들어온다 했더니, 우성이었다. 저쪽도 뻔히 바쁠 텐데 한가로운 말투에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현실도피다. -일이나 해. -우정이 식었어. 우는 이모티콘과 함께 날아온 말에 서준은 조용히 웃었다. -토요일에 가자. 운전 내가 할게. 꽤나 진심인 말투다. -정말 가자고? -사람 말을 뭐로...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날은 유달리 하늘이 파랬다. 무심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만큼 시린 빛이었다. 네가 세상의 끝에 서서 바라보았던 그 하늘. 하지만 나는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 하늘을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네 눈에 들어온 하늘의 색은 그렇게 시린 파란색이었을까. 아니면 너에게 보이던 세상처럼 구질구질한 잿빛이었을까. “왔니?” 초로...
꿈을 꿀 때 우리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깨어나서야 우리는 자신이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1. 낙하산을 탄 신입사원 “제발, 제발 부탁이야. 죽어도 싫다고!” 다섯 명 남짓 들어갈 법한 휴게실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팔에 엉겨 붙어 애원하고 있었다.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돌아가면서...
감은 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진 건, 아침 6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온몸의 수분이 다 날아가 버린 듯, 손끝이 바짝 말라있다. 차라리 더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인수의 여러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가장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역시, 내가 연우의 마음을 이...
안녕하세요, 게으른 글러 프로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까날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셨으리라 생각해요. 저는...집에 있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오히려 집에서 할 일들도 늘어나버렸고 글 쓸 여유도 훅 줄어들어버렸네요. (일단 핑계를 대본다) 여러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줄어들면서, 모두의 안부를 묻고, 지금 모두가 건강하길 바라는...
“강 대리님, 최이현이란 분 아십니까?” 은율은 익숙한 이름에 눈을 들어 올렸다. 거래처 접대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올 이름은 아니었다. 몇 달 전엔 인사차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만. “네,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저희 신입사원 이름 같군요.” “역시. 실은 제가 아마야구 팬이라, 알음알음 소문을 들었는데 마침 T화학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그런 소문도 ...
새롭지 않아요. 가르치지 못합니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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